1951년 일본 사이타미현 우라와시에서 출생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다. 학창시절에는 라흐마니노프와 그리그 등의 피아노 협주곡에 심취하여,아마추어 교향악단 에서 독주자로 활동하는 등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그러는 그가 일본의 명문 도쿄 공업대학 출신이며 응용물리학 석사라는 사실은 우리를 놀라게 한 그는 음악가의 길을 택했고, 피아노 연주, 클래식 작곡과 편곡, 팝 음악의
연구에 몰두했다..
타입은 다르지만 많은 이들이 '일본의 리차드 클레이더만', '동양의 조지윈스턴' 이라 부르고 있다.. 유키 구라모토의 지난 앨범들 가운데에서 대표적인 곡만을 선곡해서 새롭게 레코딩한 본작은 그가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어떤 쪽을 향하고 있는지를 확연하게 드러내 주는 앨범이다.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만 가지고 그가 표현해 내고자 하는 첫 번째 주제는 단연 자연과 조화라 할 수 있으며 이는 'Lake Louise', 'A Mirage On The Water', 'Rippies', 'On The Shore', 'Green Hill' 등과 같은 수록곡들의 제목만 보아도 쉽게 짐작이 간다.
수록곡들 대부분은 그가 써낸 제목들과 비교적 흡사한 느낌이 드는 아름답고 영롱한 느낌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마치 캔버스와 붓 대신에 피아노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같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거의 대부분 영화의 이별장면(드라마라도 상관없다)에 쓰이면 아주 적당할 듯한 애수 어린 멜로디를 선사한다. 특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듣는 순간 아무 부담감 없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자연경관을 떠올리게 만든다.
앨범의 수록곡 중 가장 긴 'A Mirage On The Water'의 도입부는 그가 오랜 시간 동안 클래식과 팝, 재즈 등의 음악을 포괄하면서 투자해온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뉴에이지, 세미클래식 등 이런 음악을 표현하는 보통명사들을 모두 쳐내버리고, 그냥 이 곡 자체만으로도 유키 구라모토의 재능은 상당히 빼어난 것이다.
애잔한 도입부를 이어가는 그의 섬세한 터치는 오히려 지나치게 파퓰러한 리차드 클레이더만보다도 섬세하고 풍부한 감정을 선보인다. 그는 또한 모든 음들을 깔끔하게 무리없이 흘려보내는 대다수의 뉴에이지 아티스트들의 연주보다 한 단계 진일보해서 한 음 한 음을 선명하고 무게있게 표현해내고 있다. 살랑살랑 대는 작은 물결을 아기자기한 터치로 표현한 'Ripples'라든지 조금씩 강해졌다가 약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은 바람을 표현한 'Sighing Wind'와 같은 곡을 들어보면, 그의 작곡 솜씨와 함께 건반으로 자잘한 감정까지 읽어내서 표현하는 그의 연주에 감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제 이런 음악을 어떤 음악을 대체해준다든지 우리 정신건강에 어떤 유익한 일을 해줄 것인지를 구차하게 따질 때는 분명히 지났다. 음악계에는 분명히 구습을 타파하고 공격성, 실험성을 이어가는 아티스트가 있는가 하면 예전의 음악으로부터 전통을 물려받아서 그걸 충실히 재현해가는 아티스트들도 있다.
유키 구라모토는 분명히 후자에 속한다. 분명 그의 음악으로부터 불같은 정열이나 폭발적인 감정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낭만과 애수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은 분여히 있을 것이며 그런 사람들이라면 틀림없이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을 사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