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스크랩] 페트병 맥주의 비밀

토양환경 2007. 1. 16. 19:23

페트병 맥주의 비밀

 

 

김빠진 맥주처럼 김새는 것도 없다. 그래서 마시다 남은 맥주는 아까워도 그냥 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요즘 판매되고 있는 유리병이 아닌 페트(PET·Polythylene Terephthalate) 병 맥주는 좀 다르다. 맥주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 ‘첨단 병 소재’와 ‘특별한 뚜껑’에 있다는데 과연 페트병 맥주에는 어떤 과학이 담겨 있을까.

 

맥주를 유리병에 담는 이유는 그 속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의 유출을 막아 맥주 특유의 톡 쏘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플라스틱 병은 유리병과는 달리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페트의 미세한 틈으로 들락거릴 수 있다. 따라서 맥주를 일반 페트병에 장기간 보관할 경우 맥주 안에 용해되어 있는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새고, 맥주의 맛은 산소와 닿는 순간 변하여 유통기간이 짧아진다.

 

 

 

버드와이저 등 외국 맥주회사 중에는 페트병 맥주를 생산하는 곳이 적지 않으나 국내에서는 플라스틱 용기에 맥주를 담아 파는 것이 오랫동안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맥주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적 어려움과 병맥주보다 청량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었다.

 

맥주는 보리의 맥아 속에 있는 녹말이 효모에 의해 당으로 분해된 후 발효해 알코올로 변한 것이다. 알코올 발효 때는 자연히 이산화탄소가 생기는데 이를 발효탱크의 압력을 높여 술 속에 꼭꼭 눌러주면 맥주를 개봉할 때 나오는 맥주 거품이 된다. 쉽게 말해 맥주 거품은 발효 때 생긴 이산화탄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보호하고 외부로부터 산소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페트병 내부에 이를 차단할 수 있는 특수 공법이 필요하다.

 

실제 요즘 나온 맥주 페트병의 소재는 이산화탄소 유출과 산소 유입을 차단한다. 일반 페트병은 따기 전에도 미세한 구멍을 통해 조금씩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고 산소가 들어오지만 요즘의 페트병 맥주 용기에는 여러 층의 얇은 특수 재질이 겹쳐 있다.

 

예컨대 ‘OB큐팩’은 맥주 맛을 싱겁게 하는 산화를 막기 위해 철과 레진 나일론으로 특수처리한 재질의 신소재로 용기를 만들어 외부 공기를 완전 차단한다. ‘하이트피처’는 안쪽과 바깥쪽에 일반 페트 물질을 사용하는 대신 가운데는 나일론 소재의 베리어(Barrier·방호) 물질을 넣어 3중막으로 페트병을 만들었기 때문에 공기의 들락거림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공기로 인한 품질 변화는 없다.

 

페트병 맥주의 또 하나의 특징은 특수 뚜껑인 스캐빈저 캡(Scavenger Cap). 이 뚜껑이 이미 유입된 산소를 먹어치운다. 일단 개봉한 맥주병에는 마신 맥주의 양만큼 산소가 들어차게 마련. 이 산소를 없애야 맥주 맛이 유지된다.

 

기존 탄산음료 병뚜껑은 나선형의 홈이 패어 있어 내부의 이산화탄소를 미리 조금씩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병의 내부와 외부의 기압을 맞춰 음료수 뚜껑을 여는 순간 폭발하듯 이산화탄소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만 재개봉시 탄산이 유출된 밋밋한 맛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캐빈저는 산소와 반응하는 활성신소재로, 마시고 남은 맥주를 보관할 때 페트병 안의 산소를 흡수해 맥주의 산화를 막아줌으로써 맛의 변화를 방지한다. 또한 유독 맥주 병에만 갈색을 쓰는 이유는 빛의 차단을 위해서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맥주병 하나에도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주간조선 - 김형자의 과학이야기 >

출처 : Think Factory of GooRaSoo
글쓴이 : 크레이지곽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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