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ㆍChristopher J. Conselice |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미지 형태의 에너지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약하게 우리를 잡아당기고 있고, 우주의 운명을 손아귀에 넣고 있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이 이런 에너지의 존재를 예상한 것은 확실하지만 이들조차 암흑에너지의 검출은 20세기 우주론에서 가장 혁명적 발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장차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그 존재가 더욱 확실해질 경우 새로운 물리학 이론을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 또 그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기나긴 과정을 이제 시작했을 따름이다. 하지만 확실히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암흑에너지가 전우주적 효과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지만 사실은 우주 내 별, 은하, 은하단의 진화 방향도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이를 깨닫지 못한 채 암흑에너지가 빚어낸 작품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셈이다.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깨닫는 것이 그처럼 어려웠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에너지가 모든 곳에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암흑에너지는 그 성격상 물질처럼 군데군데 뭉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나 골고루 퍼져 있다. 여러분 집안의 부엌이든, 또는 은하 사이의 공간이든 관계없이 암흑에너지는 1㎥ 당 수소원자 대여섯 개의 질량에 해당하는 약 10~26㎏의 동일한 밀도로 분포한다. 우리 태양계 속에 있는 암흑에너지는 전부 합쳐도 작은 소행성 하나의 질량에 불과해서 행성 운행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이다. 암흑에너지의 효과는 방대한 거리와 세월에 걸쳐 관찰해야만 드러난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은하와 별 생성이 중단된 것은 블랙홀과 초신성의 에너지 방출처럼 은하 내부에서 발생한 과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더 근본 원인일 가능성이 있고 모든 것을 연관시켜줄 수 있는 존재로 암흑에너지가 대두되었다. 핵심 증거는 대부분의 은하 및 은하단 형성이 끝난 시기와 암흑에너지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시기가 대략 일치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우주가 지금 나이의 약 절반이었을 무렵 일어났다.
이에 근거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우주 역사에서 그 이전까지는 물질 밀도가 매우 높아서 은하 간 중력이 암흑에너지의 영향력보다 우세했다. 은하들은 서로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밀집하여 상호작용하고 빈번히 합체했다. 은하 내 기체구름의 충돌로 새로운 별들이 생겨났고, 기체가 이런 은하 중심부로 몰리면서 블랙홀들이 성장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공간이 팽창하자 물질이 희박해졌고 중력도 약해졌다. 반면 암흑에너지는 일정하게 또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이 가차 없이 변동하자 결국 팽창이 감속에서 가속으로 바뀌었다. 은하들이 있던 구조물들은 서로 떨어졌고 그 결과 합체율도 점차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은하 간 기체도 은하 속으로 덜 끌려 들어갔다. 블랙홀 역시 연료가 고갈되면서 조용해졌다.
아마도 이런 순서에 의해 은하의 규모 축소가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른다. 질량이 가장 큰 암흑물질 헤일로우들은 그 속에 파묻혀 있는 은하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조밀하게 밀집돼 있었다. 즉, 이들은 다른 거대 헤일로우들과 서로 가깝게 분포했다. 그러므로 거대한 암흑물질 헤일로우들은 작은 헤일로우들보다 더 일찍 상호충돌을 겪었을 것이다. 충돌이 일어나면 별들이 폭발적으로 생성된다. 새로 탄생한 별들은 생애의 끝 무렵 폭발하면서 주위 기체를 가열해 기체가 새로운 별로 뭉치는 것을 방해한다. 이런 방식으로 별 생성은 스스로 중단되었다. 즉, 별은 자신이 태어난 기체를 가열해서 다른 별이 태어나는 것을 방해한다.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 역시 별 생성을 방해하는 또 다른 훼방꾼이다. 은하 합체 시 기체가 블랙홀에 공급되면 블랙홀에서 제트가 분출한다. 제트는 주변 기체를 가열해서 새 별의 생성을 방해한다.
거대은하 속에서 중단된 별의 생성은 다시 시작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은하 내 기체가 고갈되거나 너무 뜨거워져서 쉽게 냉각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거대은하 간 상호합체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차가운 기체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별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거대은하들이 침체된 동안 작은 은하들은 합체와 별 생성을 계속한다. 그 결과 관측된 바와 같이 거대은하들이 작은 은하들보다 모양을 먼저 갖추게 되었다. 아마도 암흑에너지는 은하단으로 뭉치는 정도와 합체 속도를 결정함으로써 이 과정을 조절했을 것이다.
은하단의 진화 역시 암흑에너지로 설명된다. 우주 나이가 현재의 절반 이하였을 때 관측되는 오래된 은하단들은 이미 오늘날의 은하단만큼 거대하다. 은하단의 크기가 지난 60억 년 ~80억 년 동안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성장 중단은 우주 나이가 현재의 절반에 도달한 이래 은하단 속으로 뛰어 들어오는 은하들이 감소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큰 규모에서 암흑에너지가 은하 간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직접적 증거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은하단의 크기가 과거 80억 년 동안 크게 증가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 원인은 물질 밀도가 이론상 예측되는 값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이제 암흑에너지의 발견으로 관측과 이론 사이의 긴장이 해소되었다.
암흑에너지가 은하단의 역사를 바꿔놓은 예로 국부 은하군(Local Group, 은하계의 마젤란운, 안드로메다 성운을 포함하는 소우주단)으로 알려져 있는 우리 바로 이웃 은하들이 겪은 운명을 들 수 있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 및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가 자신들이 거느리고 있는 위성은하들과 함께 근처의 처녀자리 은하단 속으로 끌려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이 운명에서 벗어나서 절대로 큰 은하단의 일부가 되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부 은하군이 처녀자리 은하단 쪽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암흑에너지가 우리와 이 은하단 사이의 거리를 팽창시키기 때문이다.
암흑에너지는 은하단의 발달을 억제함으로써 그 속에 있는 은하들의 형태도 통제한다. 이른 바 렌즈형은하, 거대타원은하, 난쟁이타원은하 등 각종 은하들은 소속 은하단의 환경에 따라 형성이 촉진된다. 암흑에너지는 은하가 은하단에 합류하는 능력을 조절함으로써 은하 형태의 상대적 비율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상은 훌륭한 줄거리이기는 하지만 사실일까? 은하 합체, 블랙홀 활동, 별 생성. 이 모두 세월이 지나면서 쇠퇴했는데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서로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아직 사건의 순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 찬드라 엑스선 망원경 및 지상에 있는 고감도 영상촬영장치 및 분광장치들을 이용한 측량 작업이 현재 진행 중에 있으므로 수년 내에 이들 사이의 연관성이 세밀히 조사될 것이다.

초신성 폭발
팽창하는 우주 내에서 은하들은 상호 거리에 따라 서로 다른 속력으로 서로 멀어진다. 초신성은 이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스펙트럼의 적색편이를 통해 그 초신성이 들어 있는 은하계의 후퇴 속력을 알 수 있고, 밝기로 거리를 알 수 있다. 이에 의해 수십억 년 전에는 은하들이 현재의 후퇴 속력을 단순히 과거로 연장해서 얻은 추정 속력보다 느리게 후퇴했음이 판명되었다. 팽창 속력은 세월이 지나면서 증가한 것이 틀림없다. 이는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대한 증명이다.
우주의 극초단파 배경복사선
배경복사선의 분포 사진을 보면 군데군데 반점들이 있다. 반점의 외견상 크기는 공간의 전반적 기하 구조, 따라서 우주 밀도를 반영한다. 이 값은 물질(보통물질과 비중입자적 물질 모두 포함)의 양을 초과하므로 암흑에너지와 같이 빠진 성분이 그 차이를 메워야 한다. 덧붙여 배경복사선은 우주 내 구조물들의 중력장에 의해 약간 달라졌다. 그 변화량은 시간에 따른 팽창 속력의 변화에 의존하며 암흑에너지에 의한 추정 변화량과 일치한다.
은하 분포
은하들은 공간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 배열돼 있다. 배열 형태 중 한 가지는 극초단파 배경복사선 분포에서 보이는 반점들과 닮았다. 이를 이용해서 우주의 총질량을 측정하고 암흑에너지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중력렌즈 효과
물질 덩어리는 중력으로 빛을 휘어서 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 중력렌즈는 광원이 바로 뒤에 있을 경우 과학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거울의 방처럼 여러 개의 상을 만든다. 광원과 중력렌즈의 이와 같은 배열은 우주가 클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암흑에너지의 양에 의존한다. 약한 중력렌즈 역시 그 질량에 따른 작은 각도로 빛을 휠 수 있다. 이 과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 물질 덩어리들이 세월에 따라 성장한 모습이 밝혀졌고 암흑에너지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은하단
엑스선 관측을 통해 은하단의 질량이 변화해온 과정을 추적한다. 은하단들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암흑에너지가 필요하다.

‘ΩΛ’는 지배적 우주 파라미터로 오늘날의 암흑에너지 밀도를 나타낸다.
암흑에너지가 더 많았다면 ΩΛ= 0.99 관측된 암흑에너지의 양 ΩΛ= 0.75 암흑에너지가 없었다면 ΩΛ= 0
초기우주: 우주가 현재 크기의 6분의 1일 때 물질은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균일하게 분포한다. 암흑에너지는 아직 그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환기: 우주가 현재 크기의 75%일 때 암흑에너지의 효과가 뚜렷해진다. 암흑에너지가 많은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위)에서 우주는 아무런 구조도 없는 모습이다. 다른 두 시나리오에서는 구조가 계속 형성돼 거미줄 형태가 생긴다.
현 재: 관측된 양의 암흑에너지를 가진 우주(가운데)에서는 대규모 구조 형성이 끝나고 거미줄 형태가 그대로 고정된다. 암흑에너지가 없는 시나리오(아래)에서는 거미줄 구조가 계속 발달한다.
[기사제공 : 사이언스 올제 2007년 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