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스크랩] 생활의 용어와 과학적 용어의 차이

토양환경 2007. 5. 7. 16:43

생활의 용어와 과학적 용어의 차이

 

 

 



지난 2월 서울대학교에서 실시한 모의논술 시험의 예시문항에서는 제시문이 모두 교과서에서 나왔다. 그러나 자연계열의 경우 제시문은 교과서에서 발췌됐다고 해도, 논제가 단조로운 형태가 아니기에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제시된 조건을 충족시키며 논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하고, 일반론 정도로는 높은 점수를 얻기가 어렵다. 곧, 교과의 핵심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사고력의 확장이 필요하다.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학생들은 한숨이 나올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역시 교과서 핵심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저 단순히 교과 내용을 파악하고 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교과서에 쓰인 내용들은 어찌 보면 매우 쉬워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을 단순히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과 개념의 설명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어가지 말고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며 공부해야 한다.

교과서에 써 있는 내용들을 그저 외워야 하는 지겨운 과제로 여기지 말고, 과학적 사실을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생각해보고 토론해 보는 자세는 과학논술을 준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수리과학의 모든 기본 개념들을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 보고, 따로 공책을 마련해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신문, 잡지 등을 꾸준히 읽으며 자연현상과 사회 현상의 원인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공책에 정리해 본다. 왕도는 없다. 꾸준함으로 묵묵히 정도(正道)를 걸을 수밖에.

사실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생활 언어와는 조금 다른 개념일 때가 많다. 과학과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되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 언어가 갖는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과학적 글은 일상적인 언어를 기반으로 하지만, 동시에 과학 언어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과학 언어의 특징이나 난해함을 사용되는 기술적 어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학 언어의 난해함은 과학 언어가 가진 문법적인 특징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학적 문법은 과학에서 정보를 제시하고 논증을 발전시키는데 용이하도록 발전돼 왔다. 그러다 보니 과학에서의 글쓰기는 압축적, 전문적, 추상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2007 겨울 서울대학교 논술교사 연수과정 자료집 중에서 인용)

곧, 일반적인 글에서 사용되는 내용 단어는 대개 4~6개지만 자연계 글에서는 한절에 평균10~13개 정도의 내용 단어가 들어간다. 이러한 어휘 밀도 때문에 과학 언어는 일반적인 글과는 달리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일상적인 언어와 달리 과학적인 언어는 구체적인 삶의 경험을 추상적인 존재로 이론화한다. 이때 주로 활용되는 방식이 명사화를 통해서 과정(동사)를 참가자로(명사) 바꾼다. 자연계 글은 정의, 비교, 분류, 설명, 가설에 대한 논증을 포함하다보니 명사(특히 길고 명사화 된 것)를 선호한다. 자연계에서의 담화 흐름, 즉 의미론적 연결을 만들어내는데 명사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사화 과정은 상당량의 의미있는 정보 손실을 가져와 모호함이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모호함이 전후 관계를 알고 있는 과학 전문가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반인에게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 완벽한 이해를 위한 모호함을 해결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면 전기와 전류는 대단히 혼동되는 개념인데, 사실 전기는 전기적 현상을 대표하는 언어이고 전류는 전하의 흐름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두 단어가 종종 엇갈려 사용되는데 전류가 통하거나 전기가 흐른다는 말과 같은 경우다. 원래, 전기는 ‘통한다’는 일상적 언어로 쓰이는 반면 전류는 (전하가) ‘흐르는’ 것이라는 과학적 정의로 쓰인다. 생활의 용어와 과학적 용어의 차이인 것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문제1 밥을 물이나 국에 말아먹으면 우선 목으로 넘기기는 좋으나, 의사들은 그런 식습관이 오히려 소화가 더 잘 안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효소와 기질의 관계를 생각하여 설명해보라. (<생물 1> ‘영양소와 소화’ 단원)

예시 답안
밥을 입에 넣고 씹으면 침 속에 들어있는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에 의해 밥 속에 있는 녹말이 엿당으로 분해돼 단맛이 난다. 곧, 녹말이라는 다당류가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지는 것이다. 밥을 물에 말아 먹으면 입속에서 아밀라아제가 물에 희석돼 녹말과 아밀라아제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 또 제대로 밥을 씹어야만 밥의 표면적이 더 커져서 소화효소와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데, 물이나 국에 말아 잘 씹지 않고 넘기게 되면 더더욱 아밀라아제가 작용할 수 있는 기회는 적어지게 된다. 따라서 녹말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채 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아밀라아제는 위에서는 pH가 맞지 않아 작용하지 않는다. 소장에서 녹말이 일부 분해되기는 하지만 엿당으로 분해돼 내려온 경우보다 힘들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밥은 물이나 국에 말아서 그냥 넘기지 말고, 입에서 꼭꼭 씹어 효소와 접할 수 있는 표면적을 더 넓혀주는 것이 좋다.

문제 2 식혜를 만들 때 밥알이 뜨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시 답안
식혜를 만드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엿기름은 보리의 싹이다. 여기서 엿기름이란 엿으로 만든 기름이 아니라 맥아(麥芽), 곧 보리싹을 틔운 것을 말한다. 보리가 싹을 틔울 때는 종자 속에 들어 있는 녹말을 분해시키는 효소(아밀라아제)가 작용된다. 식혜가 단맛을 내는 것은 엿기름에 들어 있는 아밀라아제가 밥알 속의 녹말을 분해시켜 당분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밥알이 뜨는 이유는 밥알을 이루는 주성분인 녹말이 엿당으로 분해되어서 밥알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 2007년 3월 18일 한겨례 >

출처 : Think Factory of GooRaSoo
글쓴이 : 크레이지곽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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