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라고 믿는 과학, 시대에 따라 변했다
◆톡톡 과학 /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
과학과 논술의 만남, 음… 어려운 일이야. 과학은 실험실, 컴퓨터 이런 거하고 만나야 하지 않나? 하지만 원래 과학이 그런 거잖아? 새로움에 관한 무한한 호기심과 불가능에 관한 열정 어린 도전! 과학논술, 이것도 꽤 구미 당기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도….
불가능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과학과 불가능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예로부터 과학은 경험에서 출발해 귀납을 통해 옳다고 증명된 결론, 즉 진리에 도달하는 학문으로 여겨져 왔지. 그런데 토마스 쿤(T Kuhn)은 (알지? 왜 수능 문제에 가끔 나오는 패러다임, 과학혁명 어쩌고 하는 글 쓴 아저씨 말야.) 과학을 정치적, 종교적 선택과 별다를 게 없다고 취급했거든.
그러니까 과학은 진리처럼 간주되지만 사실 당시 사람들이 진리라고 '믿는' 큰 원리(패러다임)에 기초해 있고, 이 패러다임은 정치적 선택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거야.
예를 들면 천동설이 진리로 믿어지던 시기에는 그것만으로도 행성 운행과 같은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으니까 지동설은 비과학적으로 여겨졌겠지. 하지만 지동설이 옳다는 것이 점차 입증되면서 갑작스럽게 과학자들이 패러다임을 바꾸게 되면 과학 혁명이 일어난다는 거야. 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적 세계관으로 바뀌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쿤의 말은 지금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과학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잖아. 완전히 잘못 짚은 걸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서 쿤의 제자인 파이어벤트는 오늘날 과학의 발전이 과거의 이론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오히려 기존 이론에 대한 전복,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적 도전의 결과로 만들어진 거라고 주장했어.
그래서 파이어벤트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과학자의 투지를 장려하고 '멋대로 해라(anything goes)' 등의 과격한 구호로 모험을 권하기도 했지. 이쯤 되면 불가능에 도전할 만한 충분한 과학적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실제로 이런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 결실을 본 사례가 있어. 바로 영구기관이지. 인간은 일찍부터 영원히 움직이는 기관을 만들어 에너지를 무한히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왔거든.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착상조차 웃음거리로 취급되지. 왜냐하면 그건 열역학 법칙 때문이야.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법칙, 그러니까 '에너지의 총량은 닫힌계 안에서 일정하다' 그리고 제2법칙은 엔트로피 법칙, 즉 '에너지는 엔트로피 증가 방향으로만 변화한다'였잖아.
그러니까 이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를 쓰면서도 계속 돌아가는 화수분 같은 영구기관은 불가능한 거지. 이 열역학 법칙은 학계에서는 신주처럼 모셔지는 절대적인 이론이어서 영구기관 비슷한 연구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매도되는 거지. 하지만 파이어벤트의 충고를 받아들이면 열역학 법칙이 꼭 진리라는 법도 없잖아. 열역학 법칙도 일종의 경험법칙이거든. 그렇다면 이와 다른 경험, 곧 새로운 실험 결과가 나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 아니겠어?(물론 여전히 열역학 법칙은 부정되진 않았지만….)
사실 아직 과학이 증명하지 못한 건 열역학 법칙 말고도 많아. 예를 들어 과학은 아직도 전기가 흐를 때 왜 주위에 자장이 생기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할 순 없거든.
어쨌건 영구기관에 관한 끈질긴 연구자들은 열역학 법칙에 도전하는 무모한 자들로 보였겠지. 하지만 그들은 엉뚱하게도 영구자석에서 해답을 찾았어.
1970년대 미국의 존슨(H R Johnson)과 켈리(D A Kelly)는 각각 영구자석을 에너지원으로 한 기관을 고안해 특허를 받았고, 1993년 일본의 가와이 데루오는 20W의 입력에 대해 출력은 62W에 이르는 영구자석 모터를 개발해 후지TV에서 '꿈의 엔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기도 했거든.
또 1995년에는 다카하시 야스노리가 사마륨(Sm)코발트 자석보다 강력한 자석을 개발해 발동기를 제작했는데, 이것은 3대의 스쿠터에 장착됐고 런던에서 공개리에 실시된 실험에서 시속 115㎞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어.
실제로 입력 에너지보다 출력 에너지가 큰 현상, 즉 모터를 돌리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역학에너지가 발생한 거지. 때로는 출력이 6배까지 측정됐다니 놀랍지.
랭턴 런던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이 기관에 대해 '놀라운 장치며, 충분히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논평했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불가능하다고 쉽게 포기하는 건 결코 과학의 정신이 아니라는 거지.
불가능에 도전하는 과학적 상상력, 과학논술이 요구하는 건 이런 거 아닐까. 어느 대학 예시문제를 보니까 말야. 코끼리만한 개미가 존재할 수 있냐고 묻더라고. 또 어느 대학은 달나라에 놀이동산을 만드는 계획서를 세워 보라는 문제도 냈던데? 이쯤 되니 재밌지 않어?과학으로 톡, 톡(talk, talk) 이렇게 시작해 보자고. 그럼 담주에 보자!
< 2007년 3월 9일 매일경제 >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자연계 대입 실전 논술 - 4 (0) | 2007.05.07 |
---|---|
[스크랩] 자연계 대입 실전 논술 - 5 (0) | 2007.05.07 |
[스크랩] 생활의 용어와 과학적 용어의 차이 (0) | 2007.05.07 |
[스크랩] 교과서로 논술 잡기 - 과학영역 (2) (0) | 2007.05.07 |
[스크랩] 원리 재해석하는 ‘과학적 상상력’이 필요해 (0) | 2007.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