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초대석> '독도견문록' 주강현 씨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9.24 09:02 | 최종수정 2008.09.24 11:23
"독도는 강인하고 신성하고 웅장한 섬"
"조용한 학습과 지속적인 사랑이 필요"
"일본엔 강치 대량학살의 책임 물어야"
"독도가 한국땅임은 일본인들도 알 것"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독도가 다시 잠잠해졌다. 논란의 격랑이 가라앉고 대신 심해같은 고요가 찾아들었다. 한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영유권 논쟁이 있었나싶을 정도다. 독도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은 치열하게 맞붙었다. 일본이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겠다고 하자 한반도가 발끈했다. 여기다 미국 국립지리원이 독도를 한국령에서 주권 미지정지역으로 변경하려 해 더욱 시끄러웠다. 그 무렵에 독도 관련서가 한 권 출간됐다. 해양문명사가 주강현 씨의 '독도견문록'이 그것이었다. 바로 한 달여 전에 태평양 해양사를 집대성한 그의 '적도의 침묵'이 워낙 언론의 주목을 받아서인지 상대적으로 관심은 적은 편이었다.
'독도견문록'은 기존 관련서와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 역사학, 지리학, 고고학, 생태학, 해양학 등 학문의 장벽을 뛰어넘어 집필됐다. 여기다 320여 장의 사료와 현장 사진이 곁들여져 누구나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독도를 이해하게 했다. 무려 14차례나 독도를 찾은 발품의 개가이기도 했다.
"독도는 보통 섬이 아닙니다. 강인하고, 신성하고 웅장한 섬이지요. 이처럼 신엄한 섬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어요. 조그만 화산섬이 저 홀로 우뚝 솟은 경우는 독도 이외에 태평양에도, 인도양에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독도 사랑은 여전히 겉핥기에 그치고 있어요."
쉽게 들끓었다가 쉽게 식어버리곤 하는 가벼움을 안타까워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일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면 플래카드를 꺼내들어 시위를 벌이고 심지어는 손가락을 자르면서까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그에 대한 사랑은 일시적 열정만큼 뜨겁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사실 그랬다. 일이 터지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가도 시간이 조금 지났다싶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곤 했다. 정부나 언론이나 국민이나 이성적 대처보다 감정적 대응에 그친 것 같아 안타깝다는 소리는 그래서 나왔다.
"독도 문제는 흥분해서 풀릴 일이 아니에요. 조용히, 그리고 탄탄하게 학습함으로써 논리를 확고하게 세워야 합니다. 그 이전에 독도에 대한 지속적 사랑이 필요해요. 매사가 그렇듯이 사랑하지 않고는 힘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독도를 알아야 한고 주씨는 강조한다. 알아야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법적 논리도 세우기 쉽다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는 논리의 싸움이지 손가락질 싸움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독도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독도는 높이가 고작 168.5미터에 불과하나 해저 깊이는 무려 2천 미터를 넘는다. 거대한 해저 대륙이 물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 게 독도라는 얘기다. 동도와 서도가 거느리는 암초는 78개에 달한다.
"섬이 작다고 국토의 막내 정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에요. 울릉도보다, 제주도보다 훨씬 선배격인 섬이 독도랍니다. 무려 460만 년 전에 형성돼 250만 년의 울릉도나 120만 년의 제주도에 견주면 맏형인 셈이지요. 해저지형의 크기도 울릉도와 비슷하구요. 이들 셋은 화산섬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주씨는 독도를 '소태평양의 화점'이라고 불렀다. 부산에서 동해를 관통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때 반드시 만나게 되는 섬이 바로 독도다. 멀리서는 손톱 크기 정도로 작아 보이지만 망망대해의 이정표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독도가 동해의 요처라는 점에서 '소태평양의 화점'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드넓은 동해에 떠 있는 섬은 울릉도와 독도, 일본 오키 섬이 전부여서 더 그렇다.
독도는 그 명칭이 '독섬'에서 유래한다는 말처럼 한낱 바위섬일 뿐일까? 주씨는� "'조그만 돌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무식이 죄'라는 소리를 들어도 마땅하다"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물 밑이야말로 수중 보배인 어족과 해초류가 숨쉬고 있고, 천연 고체가스 하이드레이트 같은 광물자원이 심해저에 무수하게 매장돼 있다는 것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무려 60여 종의 식물이 안착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이들 식물은 바람에 날려 왔거나 해류에 실려 왔을 겁니다. 곤충류도 37종이나 보고되고 있구요. 갈매기를 비롯한 조류 역시 60여 종이나 살고 있어서 '쓸모 없는 섬'이란 표현은 도대체가 어울리지 않아요."
독도 생태계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섬의 터줏대감이다시피 했던 강치가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하고 멸종했다는 사실이다. 바다사자의 일종인 강치는 일본 어부들이 1950년대 중반까지 무차별로 남획한 결과 씨가 말라버렸다.� 해방 후까지 극소수가 남아 있던 강치마저 1950년 7월 미군의 해상폭격 연습지로 독도가 이용되면서 폭탄세례 속에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독도 영유권 문제 이전에 강치 대량학살에 대한 책임을 일본에게 물어야 한다고 주씨는 목소리를 높인다. 일본 어부들이 이곳에서 강치잡이를 했기 때문에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하는 주장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도 덧붙인다. 남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쳤다고 해서 그 집이 도둑의 집이 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강치 복원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복원 노력과 함께 멸종을 초래한 일본의 행위를 폭로하고 반종다양성의 책임도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일본 시마네 현은 홈페이지에 강치잡이 자료사진을 버젓이 게시해 일본령임을 방증하려고 하는데 어불성설입니다."
주씨는 지도로 보나 지명으로 보나 독도가 한국땅임을 일본인들도 잘 알 거라고 말한다. 대한제국이 1900년에 칙령으로 독도를 우리 영토로 못박은 것도 시마네 현이 비밀리에 독도를 자국령으로 편입한 1906년보다 앞선다. 이전의 역사기록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이다.
오키 섬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독도가 울릉도에서는 빤히 육안에 들어오는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인들이 역사적으로 독도를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킨 건 전혀 황당한 일이 아니나 그것이 곧바로 일본의 주장을 정당화해주는 열쇠가 되진 못한다고 선을 긋는다.
주씨는 영유권 논쟁에서 일본은 확실히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인들도 그런 사실을 잘 안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여론전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는 점은 걱정이라고 경계한다.
"해양제국들이 만들었던 해양법의 논리를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 불리한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어요. 해양법은 해양제국의 식민지�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졌거든요. 그걸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땅에 해양제국들이 임의로 이름을 붙이고 영유권을 강변하는 걸 받아들여선 안돼요."
그러면서 독도가 '리앙쿠르 암석'으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가 '리앙쿠르'라는 용어를 수용하고 사용하는 순간 제국주의 시각에 함몰된다는 것이다.
주씨가 '독도견문록'을 해양사적 관점에서 다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다 중심으로 총체적 사고를 할 때 독도가 바로 보이고 문제도 제대로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일관되게 '리앙쿠르'라고 말할 뿐� 지금껏 단 한번도 독도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한국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착각하면 그건 한국의 불행"이라고 말했다.�
"독도를 깊이있게 알고 배우며 그 사랑을 실천할 때 독도는 진정으로 우리 품에 안깁니다. 겉핥기 관광이나 시위성 사진찍기는 기대만큼 도움이 안돼요. 학계 역시 이미 알려진 사실을 마치 새로운 내용인 양 재탕삼탕하지 말아야 하구요. 제가 책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독도를 재미있게, 그리고 품격있게 공부할 수 있는 '독도 교과서'부터 만들자는 거지요."
안타깝게도 독도는커녕 울릉도를 심도있게 다룬 교양서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울릉도의 이모저모는 독도의 이해에도 도움을 준다. 독도와 울릉도가 자매지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주씨는 "활동 중인 연구단체가 14개나 되지만 통일성과 일관성, 효율성을 결여한 채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현실 또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산만 따먹는 게 우선인 연구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독도 관련서를 앞으로 세 권 더 낼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독도가 국민국가들이 벌이는 싸움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한일 양국이 한국의 영유권을 인정하고 일본의 공유에 합의할 때 가능하다고 봐요. 영유권은 한국이 갖되 일본인들도 이곳에서 관광, 투자, 어로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서로 왜 싸워야 합니까? 함께 사용토록 해야지요."
< 주강현 씨는 누구 >
▲육지 중심 사고에서 해양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해온 해양문명사가다. 이를 위해 주씨는 해양사, 문화사, 생활사, 민속학, 고고학, 미술사, 신화학 등을 두루 망라하며 연구활동을 펴왔다.
그는 '지식 노마드'라는 별칭에 걸맞게 일 년 중 절반을 노트북과 카메라를 메고 국내외 바다를 돌며 문화 종다양성과 해양문명의 원형질을 탐구한다. 그의 관심사는 아시아에 머물지 않고 시베리아, 태평양, 지중해, 대서양을 아우른다.
경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고려대에서 두 번째 박사과정을 마쳤다. 한국역사민속학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 해양문화재단 이사, 2012년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 전략기획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100가지 민족문화상징사전'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적도의 침묵' '조기에 관한 명상' '등대-제국의 불빛에서 근대의 풍경으로' 등 다수.
"조용한 학습과 지속적인 사랑이 필요"
"일본엔 강치 대량학살의 책임 물어야"
"독도가 한국땅임은 일본인들도 알 것"
'독도견문록'은 기존 관련서와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 역사학, 지리학, 고고학, 생태학, 해양학 등 학문의 장벽을 뛰어넘어 집필됐다. 여기다 320여 장의 사료와 현장 사진이 곁들여져 누구나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독도를 이해하게 했다. 무려 14차례나 독도를 찾은 발품의 개가이기도 했다.
"독도는 보통 섬이 아닙니다. 강인하고, 신성하고 웅장한 섬이지요. 이처럼 신엄한 섬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어요. 조그만 화산섬이 저 홀로 우뚝 솟은 경우는 독도 이외에 태평양에도, 인도양에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독도 사랑은 여전히 겉핥기에 그치고 있어요."
쉽게 들끓었다가 쉽게 식어버리곤 하는 가벼움을 안타까워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일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면 플래카드를 꺼내들어 시위를 벌이고 심지어는 손가락을 자르면서까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그에 대한 사랑은 일시적 열정만큼 뜨겁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사실 그랬다. 일이 터지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가도 시간이 조금 지났다싶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곤 했다. 정부나 언론이나 국민이나 이성적 대처보다 감정적 대응에 그친 것 같아 안타깝다는 소리는 그래서 나왔다.
"독도 문제는 흥분해서 풀릴 일이 아니에요. 조용히, 그리고 탄탄하게 학습함으로써 논리를 확고하게 세워야 합니다. 그 이전에 독도에 대한 지속적 사랑이 필요해요. 매사가 그렇듯이 사랑하지 않고는 힘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독도를 알아야 한고 주씨는 강조한다. 알아야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법적 논리도 세우기 쉽다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는 논리의 싸움이지 손가락질 싸움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독도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독도는 높이가 고작 168.5미터에 불과하나 해저 깊이는 무려 2천 미터를 넘는다. 거대한 해저 대륙이 물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 게 독도라는 얘기다. 동도와 서도가 거느리는 암초는 78개에 달한다.
"섬이 작다고 국토의 막내 정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에요. 울릉도보다, 제주도보다 훨씬 선배격인 섬이 독도랍니다. 무려 460만 년 전에 형성돼 250만 년의 울릉도나 120만 년의 제주도에 견주면 맏형인 셈이지요. 해저지형의 크기도 울릉도와 비슷하구요. 이들 셋은 화산섬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주씨는 독도를 '소태평양의 화점'이라고 불렀다. 부산에서 동해를 관통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때 반드시 만나게 되는 섬이 바로 독도다. 멀리서는 손톱 크기 정도로 작아 보이지만 망망대해의 이정표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독도가 동해의 요처라는 점에서 '소태평양의 화점'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드넓은 동해에 떠 있는 섬은 울릉도와 독도, 일본 오키 섬이 전부여서 더 그렇다.
독도는 그 명칭이 '독섬'에서 유래한다는 말처럼 한낱 바위섬일 뿐일까? 주씨는� "'조그만 돌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무식이 죄'라는 소리를 들어도 마땅하다"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물 밑이야말로 수중 보배인 어족과 해초류가 숨쉬고 있고, 천연 고체가스 하이드레이트 같은 광물자원이 심해저에 무수하게 매장돼 있다는 것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무려 60여 종의 식물이 안착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이들 식물은 바람에 날려 왔거나 해류에 실려 왔을 겁니다. 곤충류도 37종이나 보고되고 있구요. 갈매기를 비롯한 조류 역시 60여 종이나 살고 있어서 '쓸모 없는 섬'이란 표현은 도대체가 어울리지 않아요."
독도 생태계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섬의 터줏대감이다시피 했던 강치가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하고 멸종했다는 사실이다. 바다사자의 일종인 강치는 일본 어부들이 1950년대 중반까지 무차별로 남획한 결과 씨가 말라버렸다.� 해방 후까지 극소수가 남아 있던 강치마저 1950년 7월 미군의 해상폭격 연습지로 독도가 이용되면서 폭탄세례 속에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독도 영유권 문제 이전에 강치 대량학살에 대한 책임을 일본에게 물어야 한다고 주씨는 목소리를 높인다. 일본 어부들이 이곳에서 강치잡이를 했기 때문에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하는 주장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도 덧붙인다. 남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쳤다고 해서 그 집이 도둑의 집이 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강치 복원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복원 노력과 함께 멸종을 초래한 일본의 행위를 폭로하고 반종다양성의 책임도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일본 시마네 현은 홈페이지에 강치잡이 자료사진을 버젓이 게시해 일본령임을 방증하려고 하는데 어불성설입니다."
주씨는 지도로 보나 지명으로 보나 독도가 한국땅임을 일본인들도 잘 알 거라고 말한다. 대한제국이 1900년에 칙령으로 독도를 우리 영토로 못박은 것도 시마네 현이 비밀리에 독도를 자국령으로 편입한 1906년보다 앞선다. 이전의 역사기록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이다.
오키 섬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독도가 울릉도에서는 빤히 육안에 들어오는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인들이 역사적으로 독도를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킨 건 전혀 황당한 일이 아니나 그것이 곧바로 일본의 주장을 정당화해주는 열쇠가 되진 못한다고 선을 긋는다.
주씨는 영유권 논쟁에서 일본은 확실히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인들도 그런 사실을 잘 안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여론전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는 점은 걱정이라고 경계한다.
"해양제국들이 만들었던 해양법의 논리를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 불리한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어요. 해양법은 해양제국의 식민지�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졌거든요. 그걸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땅에 해양제국들이 임의로 이름을 붙이고 영유권을 강변하는 걸 받아들여선 안돼요."
그러면서 독도가 '리앙쿠르 암석'으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가 '리앙쿠르'라는 용어를 수용하고 사용하는 순간 제국주의 시각에 함몰된다는 것이다.
주씨가 '독도견문록'을 해양사적 관점에서 다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다 중심으로 총체적 사고를 할 때 독도가 바로 보이고 문제도 제대로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일관되게 '리앙쿠르'라고 말할 뿐� 지금껏 단 한번도 독도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한국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착각하면 그건 한국의 불행"이라고 말했다.�
"독도를 깊이있게 알고 배우며 그 사랑을 실천할 때 독도는 진정으로 우리 품에 안깁니다. 겉핥기 관광이나 시위성 사진찍기는 기대만큼 도움이 안돼요. 학계 역시 이미 알려진 사실을 마치 새로운 내용인 양 재탕삼탕하지 말아야 하구요. 제가 책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독도를 재미있게, 그리고 품격있게 공부할 수 있는 '독도 교과서'부터 만들자는 거지요."
안타깝게도 독도는커녕 울릉도를 심도있게 다룬 교양서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울릉도의 이모저모는 독도의 이해에도 도움을 준다. 독도와 울릉도가 자매지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주씨는 "활동 중인 연구단체가 14개나 되지만 통일성과 일관성, 효율성을 결여한 채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현실 또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산만 따먹는 게 우선인 연구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독도 관련서를 앞으로 세 권 더 낼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독도가 국민국가들이 벌이는 싸움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한일 양국이 한국의 영유권을 인정하고 일본의 공유에 합의할 때 가능하다고 봐요. 영유권은 한국이 갖되 일본인들도 이곳에서 관광, 투자, 어로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서로 왜 싸워야 합니까? 함께 사용토록 해야지요."
< 주강현 씨는 누구 >
▲육지 중심 사고에서 해양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해온 해양문명사가다. 이를 위해 주씨는 해양사, 문화사, 생활사, 민속학, 고고학, 미술사, 신화학 등을 두루 망라하며 연구활동을 펴왔다.
그는 '지식 노마드'라는 별칭에 걸맞게 일 년 중 절반을 노트북과 카메라를 메고 국내외 바다를 돌며 문화 종다양성과 해양문명의 원형질을 탐구한다. 그의 관심사는 아시아에 머물지 않고 시베리아, 태평양, 지중해, 대서양을 아우른다.
경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고려대에서 두 번째 박사과정을 마쳤다. 한국역사민속학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 해양문화재단 이사, 2012년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 전략기획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100가지 민족문화상징사전'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적도의 침묵' '조기에 관한 명상' '등대-제국의 불빛에서 근대의 풍경으로'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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