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낮엔 골프장 조성, 밤엔 폐기물 매립”

토양환경 2009. 10. 14. 09:48

“낮엔 골프장 조성, 밤엔 폐기물 매립”

롯데건설 청라골프장 현장 인부들 증언

경향신문 | 이현준기자 | 입력 2009.10.14 04:07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전라

 




인천지검과 인천지방경찰청이 롯데건설의 청라 골프장 공사 과정에서 제기된 비자금 조성 의혹과 산업폐기물 매립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도대체 골프장 조성공사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길래 인천지역의 두 수사기관이 동시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인천경향신문은 당시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근무했던 인부들의 증언을 토대로 공사현장에서 일어났던 상황을 재구성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오후 10시쯤 덤프트럭 기사 강심장씨(35·가명)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뚫고 인천 청라골프장 공사 현장 인근 순환골재업체로 차를 몰고 들어섰다. 강씨의 덤프트럭에 이어 10대의 덤프트럭이 뒤따라 들어섰다.

강씨는 트럭을 업체 공터에 산처럼 쌓여있는 산업폐기물(토분) 앞에 정지시켰다. 트럭이 서자 사전에 대기하고 있던 인부들은 쉴새없이 덤프트럭에 이 토분을 싣기 시작했다.

이 토분은 폐건축자재를 순환골재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석면이나 플라스틱 같은 유해물질이 분쇄돼 가루 형태로 포함돼 있어 환경오염물질로 분류돼 있다. 이 토분은 공사현장에 매립해서는 안 되며 원래는 처리비용을 주고 처리해야 한다.

강씨는 토분이 실리는 동안 담배를 피며 기다렸다. 오늘 첫 작업이다. 강씨는 밤새도록 이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얼굴은 금세 일그러졌다.

토분이 다 실리고 토분이 보이지 않도록 호로가 덮여졌다. 강씨는 트럭을 몰고 인근 청라 골프장 현장으로 향했다. 도착한 현장에는 포크레인이 대기하고 있다. 덤프트럭에 실린 토분을 땅에 부리자 포크레인이 이를 평평하게 하고 곧바로 정상적인 흙이 부어졌다. 토분과 흙을 섞어 위장하는 작업이었다. 이 같은 작업은 다음 날 오전 5시 동트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롯데건설 인천 청라골프장 조성 공사 현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정상적인 공사 과정이 진행됐지만 해가 지고 심야시간이 되면 작업 내용은 180도 바뀐 것이다.

롯데와 순환골재업체들은 이 같은 과정을 숨기기 위해 트럭기사들에게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절대 호로를 벗기지 말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또 실제 운반은 하청업체의 재하청 업체, 재하청업체의 재하청 업체가 맡도록 했다.

수사기관에 적발될 경우 꼬리만 자르고 도망가는 건설업계의 '도마뱀 수법'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던 것이다.

< 이현준기자 good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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